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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없던 와중에 장례를 잘 치를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우리 순정이는 고민 끝에 수목장을 해 주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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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순정이가 하늘나라로 떠났다
마음의 준비를 했더라도 힘들었겠지만
너무나도 갑자기 우리 가족의 곁을 떠났다
그래도 엄마를 보려고 애써서 기다렸나 보다
평소처럼 엄마를 반기며 뛰어왔던 순정이는
엄마 손에 안기자마자 의식을 잃었다
너무나 순하고 착해서 데려올 때부터 이름은 순정이였다
미용하다 다쳐도 소리 한번 내지 않고
눈만 휘둥그레 뜨고 쳐다보던 바보 같고 착한 아이였다
언니와 다투는 날이면 가만히 다가와 손으로 툭툭 치며 말리던
모습에 웃음이 터졌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처음 집에 온 날
자꾸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져서 돌아보면 나를 빤히 쳐다보며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달라고 앉아있었는데
오랜만에 집에 가면 품에 안겨 머리를 비비던 아이
방바닥에 등을 비비적대며 귀여운 배꼽을 보이며 애교를 부리던 모습
좋아하는 장난감과 양말을 물고 와 문 앞에서 기다리던 모습
먹고 싶은 간식 앞에 선 아랫입술을 깨물어 강하게 의지를 표현했던 귀여운 얼굴은
우리 가족이 정말 사랑했던 너의 모습 중 하나였어
가끔은 내가 일어날 때까지 못 참고 손으로 머리를 툭툭 치며 깨우던 모습
꽃순이가 오고 나서 몇 년 만에 목소리를 처음 들었는데 소리 한번 안 내던 아이가
자꾸 장난치는 꽃순이를 향해 작은 목소리로 짖어 댔었지
어찌나 귀여웠던지
우리 가족은 초인종 벨을 누르는 대신
순정아 하고 부르면 문을 열어주곤 했는데
언제부턴가 목욕시키려고 준비하면 먼저 욕실에 들어가
기다리고 있다고 기특하다고 엄마가 전화했었는데
눈 오는 날 밖에 나가면 정말 신이 나 뛰던 모습
산책하러 나가면 늘 얼굴에 침 범벅이 되었는데
간식이라고 장난치면 좋아서 뛰어왔었는데
미안해
가끔 집에 가는 날이면 너와 꽃순이를 함께 안으면
벅차오르는 행복을 느꼈었는데
나보다 먼저 할머니가 되어 언제부턴가 잠도 많아지고
간식 달라고 조르지도 않고 조용히 곁에 누워만 있었어
작은 소리에도 예민해지고 천둥번개가 치던 날이면
놀라서 달려오고 좀 더 너를 안아줄 걸 그랬어
무조건적인 사랑을 줬던 너로 인해 우리 가족은 너무나 행복했어
지방에는 제대로 장례를 치를 수 있는 곳이 없어서
급하게 부모님이 오셨고 그렇게 순정이를 보냈다
너를 잃는다는 건
평소처럼 지내다가도 눈물이 멈추질 않고
생각보다 덤덤하다가도 어느 순간 마음이 무너지고
네가 우리 곁에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서
나쁜 꿈을 꾼 것만 같고
이게 너를 떠나보내는 과정인가 봐
내 학창시절부터 나를 지켜주었던
너무나 사랑했던 순정아
하늘에서 행복해야 해 사랑한다